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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글

39호님의 옛사랑

by 틔움 2022. 1. 15.


39호님이 이문세의 옛사랑을 부르셨다. 이 노래가 그렇게 좋았던가? 처음으로 감정이입이 되어서 노랫말을 따라가다보니 더없이 쓸쓸해져 눈물이 고였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 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 넘쳐.
눈 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 위에
옛사랑 그대 모습 영원 속에 있네.
광화문 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7080 가수인 39호는 이번 라운드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작전으로 요즘 노래를 선곡하려 했었는데, 대결 상대가 바로 전 무대에 함께 올랐던 64호 가수라는 것을 알고 곡을 바꿨다고. 이기기 위한 무대보다 나다운 무대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고. 기타 하나 들고 노는 게 자신의 재주이니까.

40년차 가수도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것과 자신다운 것을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데, 아직 시작도 안해본 일에 도전하는 나로서는 남들이 말하는 기준에 맞춰 그럴듯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에 세차게 휘둘리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구나 싶었다. 동시에, 40년이나 했으니까 나다운 걸 선택할 수 있는 자신감도 있는 걸까 싶기도 했다.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고, 망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나다운 것을 아는 것도 무척 중요한 것 같다. 그것에 집중하고 따라가다보면 오히려 더 빛이 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나로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이고 아워플레이스는 나로 살기 위한 터전이 되었으면 한다.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함께 살아가고 싶다. 그곳에서 사람과 일들을 겪으면서, 시간을 쌓으면서. 그나저나 39호님의 옛사랑은 좋아서 자꾸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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