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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글26

옆집에 제가 살고 있어요 “아,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학교에 다닐 때도, 회사에 다닐 때도, 편치 않은 기분을 느낄 때면 절로 튀어나오는 말이다. 사실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집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몸이 쉬는 곳이지만 정신이 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뭐랄까, 나의 일부로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집을 떠올리면 마음이 푸근해지기도,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나에겐 언제든 돌아갈 집이 있으니 이 각박한 세상에서 겪는 아픔들이 나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는 없으리라! 그러니까 적당한 고난쯤은 마주치더라도 아늑한 내 공간으로 가서 충분히 쉬면서 회복할 수 있으리라! 바깥 세상이 전부처럼 느껴질 때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잠깐 폭신한 상상 속 소파에.. 2022. 12. 4.
나누기 전에 갖춰야 할 것 중고등학교 시절, 몇 년 동안 수학과외를 해준 선생님이 계셨다. 그 당시에 선생님은 대학생이었고, 고향과 멀리 떨어진 우리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며 자취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 이십대 초중반이었던 선생님은 나에겐 되게 나이도 많고 똑똑한 어른처럼 여겨졌다. 과외시간이 저녁시간과 맞물리는 때가 대부분이어서 우리 부모님은 그럴 때마다 과외선생님에게 저녁을 같이 먹자고 청했다. 나는 사실 그게 싫었다. 오래되고 단정치 못한 살림살이를 보이는 것이 창피했다. 테이블이 아니라 밥상을 펴고 바닥에 앉아서 먹는 것도 부끄러웠다. 다른 집처럼 밑반찬이 많은 편이 아니고, 찌개나 조림 같은 단품 요리로 밥을 먹어서 밥상이 유난히 단촐해 보이는 것도 싫었다. 나는 최대한 선생님한테 깔끔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 2022. 5. 2.
더 나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아 무엇이 진짜 나의 목소리이고 욕구일까. 다른 사람들의 욕구에서 벗어나 나의 욕구대로 살고싶다는 바람을 구체적으로 인식한지 5년 정도가 흘렀다. 서울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온 후부터 본격적으로 직업에 대하여 갈팡질팡 길을 헤맸다. 내려온 직후에는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아서 아르헨티나 두 달 살이를 목표로 돈을 모으고 여행을 다녀왔었고, 성평등활동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기도 했고, 일을 그만두고나서 농부를 꿈꾸며 농부학교에 다녔고, 작년에는 비건식당 창업 준비를 위해 주방에서 일경험을 쌓기도 하고 비건 팝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농부와 비건식당에 대한 꿈은,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유보다는 나에게 부족하다 여겨지는 면을 성장시키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망에서 시작되었다. 농부는 자연을 거.. 2022. 2. 14.
39호님의 옛사랑 39호님이 이문세의 옛사랑을 부르셨다. 이 노래가 그렇게 좋았던가? 처음으로 감정이입이 되어서 노랫말을 따라가다보니 더없이 쓸쓸해져 눈물이 고였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 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 넘쳐. 눈 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 위에 옛사랑 그대 모습 영원 속에 있네. 광화문 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7080 가수인 39호는 이번 라운드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작전으로 요즘 노래를 선곡하려 했었는데, 대결 상대가 바로 전 무대에 함께 올랐던 64호 가수라는 것을 알고 곡을 바꿨다고. 이기기 위한 무대보다 나다운 무대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고. 기타 .. 2022.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