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place

our place, 흐릿한 시작

틔움 2020. 11. 19. 14:26


이 블로그를 열 때, 그러니깐 한 달 전 쯤에는 ‘당장 농업을 시작해보겠어 !’라는 포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당장 자본을 들여서 창농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구체적인 것들이 정해지지 않았고, 몇 개월 내에 정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미루기로 했다. 막연히 미루는 것은 아니고, 작물이나 지역 등을 정하고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경험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1년 정도 더 가져보기로 했다.

그런 지금, our place라는 소중하고 귀한 이름을 붙인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다시 생각해본다. 어쩌면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형태일지 누구와 함께일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뭐가됐든 our place라는 이름에 걸맞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열정은 그대로이다.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우리’는 여성이기도 하고, 청년이기도 하고, 지역이기도 하고, 백수이기도 하고, 노동자이기도 하고, 성소수자이기도 하고 그냥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유동적인 존재일 수 있다. 누구나와 함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지만, 서로를 위한 규칙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아마 공간이 아닐 수도 있고. 한 사람이 삶에서 이루기를 바라기에는 너무 큰 욕심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못이루면 어때, 거기를 향해가는 것으로도 이미 이룬 것과 비슷할 만큼의 만족감이 있을지 모른다.

내가 만들고 싶은 our place가 도대체 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들, 경험하는 것들을 대충이라도 기록으로 남겨놓을 수 있다면 이 공간은 충분한 역할을 할 것 같다. 처음에 자주 썼던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근사한 말은 너무 어려우니 저 한 쪽 구석에 밀어놓고, 그냥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들고, 확신이 들었다가 아니다가 마음이 오락가락 널뛰기를 할 때에 이 공간에 빵부스러기 조각처럼 띄엄띄엄 적어놓은 내 열정과 욕망을 돌이켜보면서 계속해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해도 괜찮고, 다시 뒤로 돌아간다고 해도 괜찮지만, 일단은 지금 가는 한걸음 한걸음을 기록해두고 싶다. 그게 어떤 모양이 되는지 보고 싶다. 내 마음에 어떤 물결을 일으키는지도.

꼭 기억해둘 것은, 무리하지 말 것. 좋은 기록을 남기려고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지 말 것. 지속가능한 기록을 위해 최선을 다해 대충 할 것.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여러번 생각할 것. 힘들다는 증명하기 위해 누군가를 욕하지 말 것.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