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피자 팝업 준비 중
모두의비건이라는 이름으로 두번째 팝업을 하게 되었다. 사실 첫번째 팝업 하고난 후로 그 다음 팝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유는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또 그만큼 어려움도 겪어봤기 때문이다. 팝업이라는 게 어떻게 생각하면 딱 하루니까 참 쉬울 것 같은데, 준비과정에서 메뉴 정하고, 레시피 연구하고, 딱 한 번이라도 필요한 장비나 기구는 갖춰야하기 때문에 신경써야할 것도, 돈 들 것도 많다. 계속 하는 메뉴가 아니니까 단 하루로 평가받는다는 생각도, 마치 수능치는 기분처럼 긴장을 느끼게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수십번은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 망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몰려올 때 외롭고 막막하기도 하다. 힘든 마음들을 쓰려고 시작한 것은 아닌데,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들을 먼저 적었다. 하하. 오랜만에 뭔가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려니깐 자판치는 느낌이 새롭고 반가워서 투정을 부리고 싶었나보다. 무튼 둥근숲의 제안으로 이번 팝업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준비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비건 버섯 피자를 선보인다. 야채 피자도 만들어봤는데 수분감을 잡기가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버섯피자가 더 맛있어서 버섯피자로 해보기로 했다. 셰발레리라는 곳에서 샹피뇽 피자를 먹고 너무 맛있어서 비슷하게 해본 것인데 의외로 대충 만들어도 버섯향이 좋아서 맛있었다. 토마토 소스는 양파, 마늘, 토마토홀, 말린 허브를 넣어서 만들다가, 양파랑 마늘 볶을 때 마지막에 레드 와인을 넣어주면 더 맛있다고 해서 해봤는데 은근 괜찮더라. 몇 번이고 테스트해보면서 조금씩 수정하다보니 지금은 샹피뇽 피자랑 꽤 다른 모양새와 맛이 되었다.
생각보다 홍보가 늦어지는 바람에 (의욕저하의 시기와 맞물렸다...고 말하기엔 충분히 그럴만할 정도로 바쁜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 일주일 전 정도에서야 예약을 받았다. 아직 3판 자리가 남았는데, 한 번 더 홍보하면 다 찰 수도 있는데, 왠지 그냥 비워두는 게 더 마음에 여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글 한 번 더 쓰는 게 엄두가 안나서 그냥 놔두었다. 그럼에도 예약이 많이 찼다. 예약이 차는 걸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저번 시식회는 비용을 받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비용을 적게나마 책정했고, 이에 대해서 책임감이 드는 것 같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맛있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들어서 피자 도우도 반죽 방식을 조금 더 연구하고 있고, 토마토 홀을 여러 제품을 비교해보고 싶어서 롱고바디, 데체코, (기억이 안나는데 하나 더 있음) 세 가지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서 비교해 봤다.



도우는 손반죽과 기계반죽으로 했는데 별로 차이를 못느끼겠고, 또 풀리쉬 반죽이라고 반죽하기 전날 밤에 미리 물이랑 밀가루, 이스트를 섞어서 반죽의 일부를 만들어서 발효시켜두고, 다음날 본반죽을 할 때 그 풀리쉬 반죽을 넣는 방식의 반죽도 해보고 있다. 그렇게 하면 풍미도 더 좋고, 소화도 더 잘된다고 해서 어젯밤에 풀리쉬 반죽 만들고, 오늘 본반죽을 했다. 생각보다 결과물이 질어서 손에 다 달라붙고 다루기가 어려웠지만, 무튼 맛은 더 좋을 수 있으니 내일 그 반죽으로 피자를 만들어보면 어떨지 궁금하다.
모처럼의 이틀 연속 집에 머무는 휴일인데 어제 퇴근 후에 장보기부터 야밤에 반죽 만들기, 버섯 굽기를 했고, 오늘은 반죽 만들고, 토마토 소스 세가지 종류 만들어보고, 피자 네판 굽고, 도우 보관용 상자 빌리고 하다보니 하루가 다 지났다. (중간중간 티비도 보고 목욕도 했다... 달콤했다...) 피자를 거의 두판을 먹었다. 근데 확실히 피자 도우용 밀가루를 쓰니까 맛과 쫄깃쫄깃함이 좋다. 그냥 빵만 먹어도 고소하다. 비싼게 좋긴 좋아. 원가가 올라가서 그르치. 내일은 또 오늘 만들어둔 풀리쉬 반죽으로 피자 네판을 구워야지. 테스트도 좀 더 해보고 레시피 확정해서 장보기 계획도 세우고 예산 내역도 작성하고, 팝업 당일 챙겨야할 준비물들도 리스트화 하고. 아이스박스를 도대체 어디서 구할지, 냉장고 쓸 수 있는 게 정말 없는지, 카드는 언제 쓸 수 있는지 문의도 해보고... 하아 할 게 너무 많네? 하하하하. 팝업 끝나면 실컷 놀 수 있으니까 이번 주는 컨디션 잘 유지하면서 팝업 준비에 몰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