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place/비건지향

새벽녘에 찾아온 두려움

틔움 2021. 7. 27. 01:31


어제는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직접 만든 비건김밥과 박막례할머니간장비빔국수를 나눠먹었다.
장보고 김밥 열줄 싸고, 비빔국수 준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4~5시간 정도.
김밥 다 싸고 나서 지치기는 했지만 김밥을 싸면서는 신이 나고 즐거운 마음이었다.
내 손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건 진짜 대단하고 멋지고 즐거운 일이다. 그걸 친구들과 나눠먹는 것은 더욱 감동적이고.

친구들이 모두 돌아간 밤, 잠을 자다가 깨서 갑자기 정신이 또렷해졌다.
이번 주까지만 일하면 다시 백수가 된다. 매월 통장에 입금되는 월급이 없어진다는 게 큰 불안으로 다가왔다.
만약에 대출을 받아서 가게를 열면 생활비와 가게 운영비에 들어갈 돈까지도 대출을 받아야하나, 적자가 나면 나는 몇달이나 버틸 수 있지.
사장이 되어서 전전긍긍 생활고에 시달리며 가게를 접을지 말지 고민하는 내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런 상상이 나를 삼킬 듯 굴었다.
다행이 다시 잠들었고 아침이 되니 불안감은 아주 아주 미세해져서 어젯밤의 초조함이 그저 꿈 같았다.

어제 김밥 말면서 느꼈던 즐거움처럼, 재미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뭔가를 선택하고 실행할 때에는 그것만을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
예상치 못한 (혹은 예상 가능한) 어려움이 오면 재미도 즐거움도 금세 사그라들 수 있으니깐.
그럼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가. 늘 궁금하다 그게.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내가 나로 살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것 같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마음도 있지만, 지금껏 기웃거렸던 다양한 직장들을 생각하면,
나는 이제 더 이상은 직장에 가고 싶지 않다. 그리고 주방에서 일하는 게 무척 좋다.
그리고 연대감을 느끼고 싶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내가 가고 싶은 공간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
정말로 아워플레이스를 하고 싶은지, 얼마나 진심인지, 내가 나에게 자꾸만 물어본다.
“너무너무 힘들 수도 있는데,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단지 호기심이나 흥미가 아니라 진짜 책임감있게 끈덕지게 해보고 싶은 거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