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place/농사지향

2중 하우스에 비닐 씌우기

틔움 2020. 10. 20. 23:15

 


인턴실습 7주차에 접어들었다. 애초에 계획된 인턴 실습 기간은 7주. 계획대로라면 마지막 주를 보내고 있는 것인데, 코로나가 심각해져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이론 교육이 실습으로 대체되어 8주로 확대되었다. 어쩌면 이번주가 마지막 주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들고, 한 주 더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정도까지 하우스에 비닐을 덮는 작업을 했다. 저번 태풍으로 비닐이 날아갔다고 했던가, 무튼 비닐이 전부 없어진 로즈마리 하우스에 새 비닐을 씌워야했다. 아마 농사짓다보면 드물지 않게 이런 일이 생길 것 같다. 온갖 자연재해로 인해 시설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일테니까. 게다가 노지 농사만 지을 게 아니라면 비닐하우스에 대해 잘 알아두는 편이 좋다. 3년간 직원으로 일해온 분도 비닐 씌우는 건 처음 해본다고 하니까, 두 달 지내는 처지에 이런 현장을 함께 지켜보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인 셈이다. 

 

 처음으로 한 일은 하우스 바깥 측면에 클립과 사철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클립은 비닐을 하우스 철골(파이프)에 고정시키는 데 쓰이므로 나중에 작업이 수월하도록 철골 구조 한 칸당 1개씩 클립을 쭈욱 배치했다. 사철도 비닐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쓰여서 주욱 배열했다. 하우스 지붕과 외벽 사이 철골 사이 틈새(레일처럼 생겼다)에 꾸불꾸불한 사철을 끼우는 식이다. 전체적인 작업 순서는 처음에 양쪽 끝에 문이 있는 쪽 면에 먼저 비닐을 설치하고, 그 다음엔 전체 지붕과 벽쪽을 설치하고(1중), 그 다음에 다시 2중을 설치한다. 일정 간격으로 사람이 배치되어 들고 비닐을 들고 반대쪽 끝까지 걸어간다. 낑낑, 무거운 비닐을 한아름 가득 안고 간다. 무엇엔가 걸리면 모두가 멈춰야하는데 저 뒤에서 '스토오옵!'하고 소리를 지르면 저 앞에서는 잘 들리지가 않는다. 그럼 중간에 있는 사람이 '스토오옵' 하고 전달해줘야한다. 비닐이 지붕 전체를 덮게 되면 비닐이 울지 않게 팽팽하게 잡아당겨주고, 바닥에 있는 파이프관에 비닐하우스 끝부분을 돌돌 말아서 클립으로 착 하고 고정시켜 준다. 다음은 사철을 10미터 간격으로 20cm 정도만 끼워주어 고정시켜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해주고, (바느질로 치면 시침질 같은 것이다) 그 다음에 사철을 전부 다 끼워준다. 비닐이 찢어지지 않게 폭 10cm정도의 비닐을 덧대어서 끼워준다. 이때 전체 비닐이 올라가지 않도록 팽팽하게 아래로 잡아당겨주면서 작업한다. 이 작업은 손이 너무 아프다. 피가 나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로 아프다. 다음은 좌측면에서 우측면(혹은 우측면에서 좌측면)을 가로질러서 지붕 위로 끈을 연결해 팽팽하게 묶는 작업을 해야했다. 3~4미터 간격으로 하나씩. 적당한 위치에 매듭을 지어서 거기에 새로운 끈을 연결하고, 두 끈을 잡고 반대쪽에서 잡아당기도록 한다. 그러면 새끈을 반대편의 고리에 묶고, 이쪽도 그 끈을 팽팽하게 잡아당겨서 매듭을 지어 묶는다. 그럼 유도하는 끈을 다음 위치로 보내준 후에 다시 이쪽으로 잡아당기고 새로운 끝을 연결하고 다시 보내준다. 그런 식으로 반대쪽 끝지점까지 무한 반복. 그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2중 비닐도 씌워주었다. 

 

 오늘 한 일은 단지 각자 자기의 몫만 하는 것보다도 협동이 중요한 작업이었다. 작업반장님은 합이 잘 맞는 사람들이랑 일해야하는데, 초보들이랑 하려니까 잘 안맞는다고 웃으면서(...흑) 이야기하셨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고 가르치면서 일을 진행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물론 전혀 모르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워가면서 일을 하는 사람도 수월하지 않기는 하다. 함께하는 일은 뭣보다 착착 손발이 맞을 때가 제일 재밌다. 서로가 서로의 말을 잘 못알아듣거나, 어긋나거나 등등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재미도 없고 일도 더 고되다. 하필이면 날씨도 도와주질 않아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한증막 같은 하우스 안에서 일하려니 옷을 하나 둘씩 벗게 되었다. 새벽에는 티셔츠에 맨투맨에 후드집업까지 입었는데, 중간에 너무 더워 반팔만 입고 일을 했다. 땀은 어찌나 흐르는지 시원한 물을 계속 마셔도 목이 말랐다. 설상가상으로 점심으로 시킨 중국집 볶음밥은 한시간을 훌쩍 넘어서 도착하질 않나. 오늘은 여러모로 행운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열심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여섯명 중 누구 하나도 게으름 부리지 않고 (나는 조금 부린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 뒷정리까지 깨끗하게 했다.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귀중한 경험이었다. 나중에 비닐하우스 지을 일이 생긴다면, 오늘의 기억을 더듬으며 참고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다음에 또 비닐 씌우는 작업을 하게 되면 좋겠다. 한 번 해봤으니까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